"요즘 애들은 일을 너무 금방 관둬"에서 '요즘 애'를 맡고 있다. 나는 2년 차 직장인이고 퇴사를 앞두고 있다. 퇴사 통보도 이미 했고, 퇴사 일정도 잡았고, 인수인계도 하고 있다. 

 

 운 좋게 꽤 괜찮은 회사에 들어갔다. 한국인이라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서비스를 만들고, 월급도 작지 않고, 경력 없는 문과 사회초년생이 얻은 일자리 치고는 과분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일을 그만둔다. 일한 기간 중에서 절반 이상은 퇴사를 생각해왔고 최근 몇 달 동안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 회사에는 말하기 어려운, 진짜 퇴사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노예의 삶

 오래 일을 한 건 아니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는 열심히 일했다. 입사하자마자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출장도 자주 다녔다. 덕분에 1년 동안 약 3만 키로를 주행하고 장롱면허 신세도 탈출했다. 시키는 일은 넙죽넙죽 받아서 했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도 자주 했다. 

 

 일주일에 5일, 때로는 6일을 회사에서 일했다. 나는 체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회사일을 하고 나면 다른 무언가를 할 힘이 없다. 그래서 죽은 듯이 일만 했다. 쉬는 날에는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 차려보니 회사만 다니며 살고 있었다. 그냥 일만 하는 거다. 완전히 노예였다. 그런데 이렇게 노예처럼 일하는 시간이 과연 내게 보람 있었나 생각해보면 절대 아니었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고, 해야하는 일이니까 했다. 가끔 재미있는 일도 있었지만 재미없는 일이 훨씬 많았다. 회사에 시간과 노동을 바치는 대가로 나는 월급을 손에 쥐었다. 엄청 낮은 임금은 아니지만 내 자유를 파는 대가로 받기에는 너무 작고 초라했다. 

 

내가 저렇게 된다고?

 여기 저기 출장을 다니며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과 대면할 기회도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탁월하고 능력도 성격도 다 좋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모두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무능한 사람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능한 모습을 보면 멋있긴 했지만, '회사에서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크게 들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내 취향이자 성향이다.

 

 회사에서 계속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기서 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될 거다. 아주 열심히 하고 운이 좋다면 유능한 사람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능한데 직급만 높은 사람이 될 거다. 아, 난 정말이지 그 어떤 모습도 되고 싶지 않았다.

 

가치관 충돌

 뜬금없지만 나는 자연이 좋다.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건강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다니기 전에는 이 정도인 줄 몰랐으나 직접 현장에 가보니 버려지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했다. 내가 그 쓰레기를 만들어낸 게 아니지만, 그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회사에 다닌다는 건 결국 그것에 동의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죄책감이 들었다. 나중에 이 시기를 되돌아봤을 때 많이 부끄럽고 후회할 것 같았다. 자연이 좋다면서 나쁜 짓에 동참했구나, 하고. 

 

 

 이렇게 씨게 맞은 현타가 퇴사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2편으로 스트레스, 그리고 건강이 나빠진 얘기를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