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소개하자면 나는 퇴사를 앞둔 2년 차 직장인이고, 이전 편(링크)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씨게 맞은 현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내가 회사를 다니며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힘들어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반대다. 사람들이랑 있으면 기가 빨리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된다. MBTI 언제 검사해도 INFP 나오는 사람 나야 나.. 일도 과제도 여럿이 하는 것보다 혼자 할 때 훨씬 빠르고 편하다.

 

 학창 시절과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면 늘 그랬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뚝딱뚝딱 뭔갈 만들어내는 일에는 쉽게 몰입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땐 그렇지 않았다. 내 의견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귀찮았고 잘 못 하기도 했다(말로 설명하는 거 힘들어함). 그래서 최대한 남들 의견에 맞추었고, 그러다 보니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기 싫어지고, 그래서 능률도 퀄리티도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다른 사람들이 일을 대충 하거나 시간 약속을 안 지킬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부대끼는 것도 싫어

 일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매너도 좋고 일도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나보다 직급이 훨씬 높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할 때 힘든 경우가 많았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던지, 말을 막 바꾼다던지, 책임을 나에게 미룬다던지 등. 하지만 나는 그냥 사원 나부랭이였고 까라면 까야하는 노예였다. 좋은 상사들한테 배우며 일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참 괴로웠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황 자체가 힘들 때가 많았다. 난 첫 만남에서는 살갑게 인사도 얘기도 잘하는데 어정쩡한 사이로 계속 상대하는 건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인사하고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것도 괴로웠다. 그냥 딱 일만 하면 좋겠는데 어찌 그게 가능하겠는가. 사교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게 퍽 힘들었다.

 

재미도 없는데 열심히 해야 해

 나는 철저히 재미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안 한다. 그런데 회사 일은 재미없다고 안 할 수가 없다. 해야만 한다. 게다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이 타이밍엔 이 일이 필요하겠군'해서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하면 넵 하고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가 재미있더라도 그걸 온전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획은 내가 하지만 그걸 통과시키는 건 팀장님이다. 잘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프로젝트가 필요 없어져 버리거나, 방향을 완전히 틀기도 한다. 나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도 반대되는 피드백을 받으면 그걸 따라야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재미가 있다가도 뚝 떨어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나만 이런가

 이 모든 게 나에겐 너무 큰 압박이었다. 괴로운 일을 잘 해내야 하는 것. 이걸 잘 해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비교가 됐다. 내가 너무 나약한가? 다른 사람들은 잘만 하는데 왜 나는 이게 이렇게 힘들지? 태어난 이상 어쨌든 밥벌이는 하며 살아야 하는데, 밥벌이가 너무 고되다. 성인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에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비교하는 마음과 나를 깎아먹는 생각 때문에 많이도 괴로웠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보다는 혼자 하는 일이 잘 맞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견디는 주 5일 풀타임 노동이 버겁게 느껴진다. 의미를 못 느끼는 일을 지속하는 걸 괴로워한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고, 이건 고치려고 해도 고칠 수 없는 내 특성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평생 나를 부정하면서 살 수는 없는 법. 일을 하는 동안 부지런히 깎여 나가면서 나는 내가 원래 어떤 모양이었고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적합한 인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퇴사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 건강 악화를 다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