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소개! 나는 2년 차 직장인이고 곧 퇴사한다. 퇴사 이유를 세 편에 걸쳐서 쓰고 있다. 1편(링크)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겪은 현타를, 2편(링크)에서는 내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야기했다. 마지막 3편에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 '건강 악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야기하기 앞서 TMI를 좀 풀어보자면.. 나는 튼튼 체질보다는 허약체질에 가깝다. 타고난 에너지가 남들보다 작은 것 같기도 하다. 20대 중반인데 밤을 못 새운다. 피곤해서 술 먹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하루에 7시간 30분을 못 자면 다음 날 꾸벅꾸벅 졸고, 밥을 배부르게 먹으면 식곤증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몇 년 전에 크게 아프기도 했다. 이렇게 허약하다 보니 당연히 회사에서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내 어디가 얼마나 아팠는지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몇 개월 만에 10kg 빠짐

 이야! 다이어트 효과! 체중 감량!

 삐빅. 절대 아니다.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건 건강에 좋지 않은 신호다. 게다가 나는 일부러 살을 빼려고 해 본 적이 없다. 원치 않은 체중감량이 얼마나 오싹한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막 입사했을 때는 평균 체중이었다. 164에 57~8kg을 왔다갔다 했었다. 일한 지 일 년 좀 안 되었을 때, 배가 안 고프기 시작했다. 안 먹어도 별로 배가 안 고프고 먹어도 엄청 조금밖에 못 먹었다. 평소 먹던 양의 반 정도만 먹어도 배가 너무 불렀다. 이상하네, 하면서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었다. 그리고 살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금방 52kg, 50kg으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47kg이다. 밥을 먹으면 48kg~49kg까지 오르기도 하지만..

 

 나는 살 빠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몇 년 전 크게 아팠을 때 43kg까지 빠지면서 고생을 했었고, 힘은 근육에서 나오기 때문에 몸무게가 줄어들면 그만큼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빼빼 마른 것보다 필요한 만큼 살을 두르고 있는 게 좋다. 게다가 마르면 춥다. 보는 사람들도 살 좀 찌우라고 잔소리한다. 내가 빼고 싶어서 빼냐고요,, 저도 살 찌우고 싶다고요,, 딴소리지만 마른 사람들한테 살 좀 찌라고 구박하지 마라. 차라리 음식 사 먹게 돈이나 줘라. 

 

 

체력 저하

 살이 빠지면서 체력도 엄청 떨어졌다. 평소에는 한 7시간 쌩쌩했다면 지금은 2시간 정도만 겨우 생생한 느낌이다. 나는 20대인데 80대 할머니 몸에 들어가있는 것 같다. 조금만 말해도 목이 쉰다. 밤에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미 목이 쉬어있기도 한다. 목이 약하긴 했는데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집중력도 나빠졌다. 뭐 하나에 집중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업무. 일을 하다가도 얼른 쉬고싶어진다. 암기력도 그렇다. 뭔가 기억하기가 어렵다. 어제 뭐 먹었는지 생각하려면 한참 걸린다. 또, 일을 하려면 머리가 굴러가야 하는데 잘 안 굴러간다. 날마다 조금씩 더 멍청해지는 게 느껴진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잃었다. 퇴사를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일을 하며 마음이 늘 행복한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우울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거의 우울증 수준으로 정신이 피폐해졌다. 다 재미없고, 의미 없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도 나름 잘 도닥이며 버티려고 노력했다.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면 놓치지 않고 해보고. 욕망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작은 신호에도 열심히 반응해서 삶에 활력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버티는 건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었다. 나는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마음을 먹었다.

 

퇴사해야겠다.

 

 이전에도 다른 회사에서 인턴 했을 때 같은 상상을 했다. 힘든 나날들이 이어지다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했을 때 그만두기로 결심했고 그 선택을 아직까지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두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다. 나는 잘 살기 위해서 일하는 거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을 때까지 미련하게 일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결정하고 나서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떻게 퇴사 통보를 했는지는 투 비 컨티뉴드... 다른 글에서 따로 이야기해보겠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수 없지만.. 이러다 죽겠다 싶으면 그만둘 수 있으니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하다 죽으나, 퇴사하고 나와서 굶어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거라면 퇴사하고 좀 쉬고 다른 것도 해보고 나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 해보다가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다들 힘든 마음 안고 버텨내느라 고생이 많다. 나도 고생 많았다. 지금까지 버텨온 거 참 기특하다. 한동안 쉬면서 잘 회복하고 또 다른 길로 가봐야겠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한다.